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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고 싶어요" 잊혀질 권리 법제화 필요한가? 2020/11/20 (14:32) 조회(889) 관리자

 

평생 남는 온라인 기록… 낙인 방지 필요성도 높아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 있는 자신과 관련된 각종 정보의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일컫는 '잊혀질 권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잊혀질 권리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으나 대개 '기록이 저장되어 있는 영구적인 저장소로부터 특정한 기록을 삭제할 수 있는 권리' 또는 '자신의 정보가 더 이상 적법한 목적을 위해 필요치 않을 때, 그것을 지우고 더 이상 처리되지 않도록 할 개인의 권리'를 말한다.
 
■ “잊히고 싶어요” = 과거를 지우고 싶다며 온라인 상의 잊혀질 권리를 주장하는 개인의 사례는 다양하게 접수되곤 한다.
 
예컨대, 과거 범죄 혐의를 받았지만 뒤늦게 무죄 판결을 받았거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해 새 삶을 살고 있는 경우, 이혼 경력, 사망자의 생전 기록 등등.
 
지금 내 삶의 환경이 바뀌었고, 가치관도 달라졌다며 온라인 과거 기록을 삭제해 달라는 것이다. 과거 시점에서의 적법한 정보라도 지금 나의 삶을 방해하는 권리침해라는 주장이다.
 
특히 이 ‘잊혀질 권리’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닌 법적인 제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유럽사법재판소 판결로 논란 본격화= 잊혀질 권리는 1995년 유럽연합(EU)이 만든 '개인정보 보호 규정 및 지침'에서 처음 등장했다. 여기에 한 스페인 변호사가 "검색창에 자신을 검색하면 빚 때문에 집을 경매에 내놓는다는 예전 기사가 나온다"며 관련 기사 링크를 삭제해 달라고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슈가 됐다.
 
구글의 이의 제소로 이어진 이 사건은 지난해 5월 유럽사법재판소(ECJ)가 “구글 검색 결과에 링크된 해당 웹페이지의 정보가 합법적인 경우에도 링크를 삭제할 의무가 있다”라며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는 첫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로 구글은 회원국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영역을 홍보하고 판매하기 위한 처리를 EU의 정보보호기준에 따르게 됐다. 유럽이 아닌 국가에 본사를 두고 있더라도 유럽연합 거주자에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일괄적으로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됐다는 뜻이다.
 
이를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잊혀질 권리’에 대한 법제화 찬반 논의가 활발하다. 우리나라도 방송통신위원회가 이 권리에 대한 법제화를 검토 중이다. '2014 온라인 개인정보보호 콘퍼런스'를 열었던 방통위는 앞으로 분야별 전문가로 연구반을 구성·운영하고 업계 현황과 해외 사례 등을 자세히 분석해 개인정보의 삭제 요청 범위를 정하는 등 법령 개정 방안을 도출할 방침이다.
 
■현 제도로 충분, 알권리 침해= 그러나 법제화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현행법상 삭제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 있고, 표현의 자유, 알 권리 등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악법이 될 소지도 높다는 것.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정보의 삭제요청 등) 등에 의해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에 대해서는 침해 사실을 소명한 이후 포털 등의 정보를 삭제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고 있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법, 형법 등에서도 개인의 명예훼손과 권리침해를 다툴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는 충분히 보장돼 있다는 것이다.
 
유럽과는 달리 미국의 경우, 표현의 자유를 중시한다는 차원에서 잊혀질 권리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시장을 주도하는 공룡기업이 미국에 있다는데서 더더욱 법제화에 소극적이다.
 
■낙인에서 벗어나고 파… 필요성도 높아= 반면 현행 법적 제도로는 온라인 기록의 삭제가 전적으로 보장되지 만은 않는다는 점에서 필요성에 대한 요구가 나온다.
 
온라인 평판관리업체 뉴스케어에 따르면, 당시 시점에서 이른바 팩트에 문제가 없었던 온라인 뉴스라면, 대부분 삭제가 불가능하다. 여기에 구글과 같은 해외사이트 정보, 삭제해 줄 의사가 없는 사이트 운영자의 방침 등 지웠으면 하지만 지울 수 없다는 상실감에서 제도화 바램의 경향이 나타난다고 한다. 현행 법적 절차를 밟기란 개인으로서 쉬운 일이 아니고 지루하고 어려운 공방으로 시간만 소모되는 측면도 있기 마련이다.
 
나의 잊고 싶은 검색 기록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고 신상털기 피해로 이어지기도 하는 만큼, 평생 낙인에서 벗어나고픈 건 그 자체로 정당한 요구일 수 있다는 점이다.
 
‘잊혀질 권리’의 저자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는 “새로 생성되는 모든 정보들에 ‘정보 만료일’을 부여해 정보가 일정한 기간만 유통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디지털 정보 저장 용도로 사용되는 모든 기기들에 정보 만료일을 지원하는 코드를 포함시키는 규정, 사용자들이 디지털 정보를 저장할 때 이러한 만료일 정보를 입력해 정보의 수명이 만료되면 자동 폐기되도록 하는 방안 등을 제시한다.
 
사회적 재기나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위한 선의의 범위에서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자기 정보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더 배려해 주도록 하는 제도 개선 바램도 설득력을 갖는다.
 
잊혀질 권리에 대한 법제화는 앞으로 찬반의 사회적 논의가 더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
 
개인의 과거기록을 보호하자는 차원의 반대편엔 국민의 알권리, 개방성을 근간으로 하는 인터넷 이용의 제약, 대기업과 정치인 등의 과거 세탁용이 될 것이란 비판도 있는 만큼 여러 충돌 지점을 합리적으로 보듬을 공론의 장이 펼쳐져야 된다.